본문 바로가기

드라마감상후기

90년대 수작 드라마 모래시계

모래시계는 1995년 SBS에서 방송한 총 24부작의 월화드라마입니다. 평균 시청률 50프로대를 유지했으며 최고 시청률이 무려 65프로까지 나왔던 역대 한국 드라마 중에서 5위 안에 드는 수작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가 방송할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고 이 시기는 SBS 방송이 개국하는 초창기였기 때문에 제가 사는 지방에는 SBS 방송이 송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비디오 가게에서 돈을 주고 빌려보는 상황까지 발생했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아 예약을 할 정도로 모래시계는 인기가 많았습니다.

 

 

김종학 감독과 송지나 작가가 만들어 낸 이 드라마는 1970년에서 1990년까지 한국의 근현대사를 훌륭한 연출력으로 잘 묘사했습니다.

 

특히 국민이 인권이 무시가 됐던 1970년대의 시대상에 남녀 간의 사랑을 절묘하게 대입하여 부조리한 정권의 모습을 생생하고 디테일하게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박태수와 강우석의 대조적인 삶

 

극중 박태수와 강우석은 죽마고우로 삶이 참 대조적이었습니다. 박태수 ( 최민수 )는 조폭 두목으로 성공가도를 달렸고 강우석 ( 박상원 )은 청렴결백한 검사의 길을 갔습니다.

 

위법을 저지르는 조폭 두목과 법을 어기는 사람을 잡아들이는 검사는 애초에 친구로서는 상극이었습니다.

 

 

강우석은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박태수를 평범한 길로 인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법은 가진 자들만의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박태수는 다른 방식으로 힘을 키워 세상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결코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강우석은 세상 둘도없는 친구 박태수를 직접 자기 손으로 사형선고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오고 말았습니다.

 

 

어두운 시대상을 잘 표현한 작품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된 소재는 남녀 간의 사랑이었지만 어두운 시대상도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사랑예기로 전개가 되다가 갑자기 5.18 민주화 운동과 삼청 교육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야기라 옆길로 세는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워낙 그 시대상을 디테일하게 잘 표현해서 그런지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시절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이 시대의 참상은 몸으로 느끼지는 못했고 교과과정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 5.18 민주화 운동은 보는 이들에 따라서 나뉘긴 하지만 드라마 모래시계는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그리고 있었습니다.

 

 

삼청 교육대 역시도 부조리한 군사정권의 잔재로 보고 있었는데 이 시대에 살지 못한 저는 다른건 몰라도 너무 혹독하게 사람들을 대하며 훈련을 시키는 모습은 참 끔찍했습니다.

 

 

카메라 기교를 최대한 배제한 화려한 액션

 

이 작품을 보는 또다른 재미는 카메라 기교를 최대한 배제한 최민수의 화려한 액션이었습니다. 일명 롱테이크 기법이라고 불리는 최민수의 액션 신은 요즘 드라마처럼 짧게 화면을 교차 편집하여 탄생한 화면의 기교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물론 이와같은 액션은 겉으로 보기에 다소 밋밋할 수는 있지만 현실성이 배가되기 때문에 만화 같은 액션에서 느낄 수가 없는 카타르시스가 있었습니다.

 

 

이 당시 최민수의 액션은 거의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이 됬기 때문에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로 느껴졌고 역동성 역시 카메라 기교로 탄생한 액션보다 훨씬 다이내믹했습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는 사형수 최민수

 

아직까지도 모래시계의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것은 두려움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는 사형수 최민수의 모습입니다.

 

나.... 떨고 있니?

 

그게 겁나.... 내가 겁낼까 봐....

 

너..... 괜찮아.... 금방 끝날 거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민수가 끝까지 당당하려고 노력을 했던 이유는 부조리한 세상에 항거했던 자신이 삶이 전혀 부끄럽지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법으로 부조리한 세상을 고발을 해도 결국 법은 있는 자의 편이었기 때문에 힘이 없었던 그가 할 수가 있었던 것은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사회 정의라는 울타리를 넘는 일 뿐이었습니다.

 

 

20대 리즈 시절의 풋풋한 고현정과 이정재

 

모래시계를 시청하면 리즈 시절의 풋풋한 고현정과 이정재를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멋진 배우들이지만 1995년도에 이들은 사람에게서 가장 아름다운 나이인 20대 시절이었기 때문에 보다 생기 있는 눈동자와 표정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고현정은 지금과는 다르게 그 시대에 여배우들이 자주 구사했던 여성적인 톤을 쓰고 있었는데 이 모습이 얼마나 귀엽게 느껴지던지 너무 새로웠습니다.

 

 

이정재 배우는 이 당시 모델로 알고 있는데 늘씬한 키와 잘생긴 얼굴은 지금보다 더욱 빛이 나고 아름다웠습니다.